물의 바탕 · 8 / 9
계절이 바뀌어도 알맞은 물
왜 물놀이는 한여름 몇 주뿐일까

여름 물놀이를 계획하다 보면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야외 물놀이장이 문을 여는 기간이 유난히 짧다는 것입니다. 칠월 중순에 열어 팔월 말이면 닫는 곳이 많습니다. 봄과 가을은 물놀이하기 좋은 날씨인데도 말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왜 그런지, 그리고 그 짧은 시즌을 늘릴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시즌이 짧은 진짜 이유
야외 수영장이 여름 한철만 여는 이유는 날씨보다 물의 온도 때문입니다. 봄이나 가을에는 기온이 좋아도 물이 데워지지 않아 차갑습니다. 앞선 온도 편에서 이야기했듯, 아이는 조금만 차가운 물에서도 오래 놀지 못합니다. 결국 물이 스스로 따뜻해지는 한여름 몇 주만 장사가 되는 셈입니다.
물을 데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넓은 야외 수영장의 물을 데우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실제로 야외 수영장은 겨울철 수온 유지를 위한 난방 에너지 비용이 운영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물을 데우는 대신, 물이 저절로 따뜻해지는 짧은 기간에만 문을 엽니다.
물을 데우는 여러 방법
물론 물을 데우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영장 난방에는 가스, 전기, 태양열, 히트 펌프 같은 여러 방식이 쓰입니다. 다만 각 방식마다 설치 비용과 운영 비용이 크게 다르고, 넓은 야외 수영장을 원하는 온도까지 끌어올리려면 어느 방식이든 만만치 않은 부담이 따릅니다.
그래서 시즌을 늘리는 일은 단순히 "난방기를 켜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 혹은 애초에 데울 필요가 적은 물을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 대목에서 경쟁이 갈립니다. 대부분의 야외 물놀이장은 데우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한여름에만 문을 엽니다. 그 결과 손님은 가장 붐비는 몇 주에 몰리고, 정작 날씨가 좋은 봄과 가을은 통째로 비어 버립니다. 물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곧 몇 달을 여느냐 몇 주를 여느냐를 가르는 셈입니다.
데울 필요가 적은 물이라면
여기서 앞서 이야기한 깊은 지하수가 다시 등장합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 물은 지표의 찬물과 달리 은은한 온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데워져 나오는 셈입니다.
이런 물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여름에는 그대로 시원하게 쓰고, 선선한 봄과 가을에는 조금만 온도를 보태면 물놀이하기 좋은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따뜻한 물이라 데우는 부담이 적으니, 남들이 문을 닫는 계절에도 열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짧은 시즌의 벽을 넘는 열쇠는 결국 물 그 자체에 있습니다.
계절에 맞춰 온도를 바꾼다는 것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좋은 물놀이는 하나의 온도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여름의 알맞은 물과 선선한 가을의 알맞은 물은 온도가 다릅니다. 무더운 날에는 조금 더 시원하게, 쌀쌀한 날에는 조금 더 따뜻하게, 그날의 기온에 맞춰 물의 온도를 조정할 수 있어야 언제 와도 편안합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물을 데우기도, 그대로 두기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운담이 그리는 계절
저희 운담공원은 이 깊은 물 덕분에, 여름 한철에 그치지 않는 물놀이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월 무렵 봄기운이 돌 때부터 시월의 선선한 바람이 불 때까지, 계절에 맞춰 물의 온도를 조정하며 문을 열 계획입니다.
한여름에는 시원하게, 봄가을에는 따뜻하게. 남들이 문을 닫는 오월과 시월에도 물놀이가 가능한 것은, 이 땅에서 따뜻한 물이 넉넉히 나오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저희는 사람이 가장 붐비는 한여름보다, 한적하고 볕이 좋은 봄가을을 더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꽃이 피는 오월의 한낮이나, 단풍이 물드는 시월의 오후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일은, 한여름의 북적임과는 또 다른 여유를 줍니다. 다음 편은 이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모아 운담이 물을 다루는 방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